Project 2 : LMP-01 Luxury Gurkha Pants
안녕하세요!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글이 두서없이 아주 기니, 시간나실 때 천천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바로 저희 샵만의 팬츠.
라마르쉐의 이름을 딴 LMP-01
La Marche Pants
그 첫번째.
그동안 손님들께서 링자켓의 팬츠를 좀더 여유있게 해달라는 말씀이 많으셨고,
언젠가는 팬츠 패턴을 하나 제작해야지 싶었는데,
기존에 팬츠까지 패턴을 제작하기는 금전적으로 많이 버거워서 링에서 존재하는 패턴들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16FW까지는 원턱패턴인 S-172H 패턴을 채용하였구요.
원턱이라 허벅지도 좀 더 넓고, 턱이 있는데도 세련된 라인이라 깔끔하고 아주 멋진 바지라 생각합니다.
원턱? 이러시다가 시착해보신 손님들은 많이들 만족하시더군요 ㅎㅎ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작년쯤 오사카 타이유어타이에 방문했다가
예전 숍매니져인 타카하시씨께서 입으신 50만원대의 로타 투턱 팬츠를 보고 반했습니다.
슬림하지도, 펑퍼짐하지도 않은 여유롭고 우아하게 떨어지는 라인.
저도 언젠가는 이런 바지를 하나 만들자 싶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편집샵을 돌아다니며 기성복 시장 조사를 했습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나..
50만원 이하대의 이태리 기성복 팬츠는 전부 슬림 일변도.
슬림하거나, 슈퍼슬림하거나.
간혹 릴렉스핏의 바지가 있다면 펑퍼짐하거나 핏이 맘에 안들거나.
그나마 50만원대의 로타나, 90만원대의 암브로시 기성복에서나 여유있고 우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올해초 링자켓과의 미팅에서 16FW 제품들을 오더할때 얘기를 꺼냈습니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보다 골반이나 엉덩이, 허벅지가 대부분 크다.
여러 손님들이 바지가 좀더 넓어지길 원한다.
16FW 까지는 원턱으로 가고
17SS에는 투턱을 해보고싶다.
투턱 패턴을 보여달라.
사사모토씨가 새로나온 S-176과 기존의 S-114를 보여줍니다.
S-176은 투턱인데도 요즘 스타일로 슬림하게 떨어지며,
기존의 S-114는 너무 심하게 펑퍼짐했습니다.
둘다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제 머리속에 있는 투턱 팬츠는 이런게 아니였습니다.
투턱은 또 원턱과는 다른것.
갑자기 올해초 잠깐 유행했던 링의 투턱 구르카 쇼트 팬츠가 생각났습니다.
이 바지 입니다.
이 바지 저는 고가 원단으로 2벌 가지고 있는데 역시나 너무 슬림합니다.
보시면 투턱인데도 턱의 깊이도 얕고, 턱이 다 펴져서 안보일 정도로 슬림해서 맘에 안들었습니다.
(물론 반바지로써는 슬림한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롱팬츠를 원했기 때문에)
현재 나오는 50만원 이하대 대부분의 이태리 기성팬츠는 턱이 있어도 이런 형식이더군요.
이건 제 상상 속의 투턱이 아니었습니다.
제 상상 속의 투턱은 남성의 우아함과 여유로움이 흐르는듯한 그런 것.
길에서 보이는 아저씨들의 펑퍼짐한 투턱바지 말구요..
그래서 회장님과 사사모토씨에게 얘기를 꺼냅니다.
로타나 암브로시의 투턱처럼 여유있고 우아한 느낌의 팬츠를,
But 펑퍼짐하지 않게,
구르카 롱팬츠로 만들어보고 싶다.
구르카 팬츠를 입고 싶은데, 기존에 나오는 기성 구르카들은 거의 모든 옷이 캐쥬얼하거나 빈티지한 스타일이다.
나는 드레시한 구르카팬츠를, 라마르쉐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보고 싶다.
두 분이서 얘기를 들으시더니 Really Great Idea !!!! 라고 외쳐줍니다.
But Pants is very very difficult. 라는 말과 함께…
물론 대충 보기좋게 만들려면 별로 어렵진 않습니다만.
‘잘’, ‘멋지게’ 만들기 위해선 상당히 어렵다는 뜻이었습니다.
링에서 선뜻 바지 패턴을 여러가지 만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링자켓과 미팅할때 항상 제 머리속에 있는 여러가지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기성복에선 구하기 힘든, 그러나 제가 입고 싶은 그런것들.
회장님은 제가 제안하는 디자인들을 아주 기분 좋게 받아들여주시며,
저희샵의 전폭적인 서포팅을 약속하셨습니다.
저는 패션디자인을 배운적도, 테일러링을 배운적도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 복식에 대한 고정관념없이 새로운 것들을 제안할 수 있는 디렉터가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냥 여러 옷을 입어본 경험을 발판삼아 나아갈 뿐입니다.
늘 새로운걸 시도하고, 도전정신이 강한 링자켓의 현재 회장님은 그런 저의 제안들을 아주 좋아해주시지요.
그래서 다음시즌 코트 디자인을 제안한 것도 한번 제작해보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제 머리속의 옷들을, 퀄리티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로, 현실로 멋지게 구현해줄 수 있기에 저도 링자켓을 그토록 좋아하는 거구요.
링자켓 팩토리의 테일러링과 봉제 능력 및 63년 동안 축적된 그 노하우는
일본의 기성복 팩토리 중에서도 한두손가락 안에 꼽히는 믿을만한 곳이니까요.
“그거 꼭 만들자. 나랑 사사모토가 2개 사줄께. 나도 입고 싶다.”
그렇게 시작된 옷에 미친 사람들의 LMP-01 Project.
여유롭고 우아하게 떨어지는 느낌은 역시 최고의 기성팬츠라 불리는
암브로시(원래는 맞춤으로 최고지만요)와 로타의 팬츠들을 많이 참고하고 분석하여 저만의 스타일로 녹여냈습니다.
( 제가 반했던 로타의 투턱 팬츠 )
( 암브로시의 팬츠들, 사진은 대부분 비스포크입니다. )
링자켓의 회장님과 사사모토씨, 마스터 패턴사와 함께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하며,
구르카 벨트는 기존 디자인이 맘에 들어 채용하기로 하고,
바지 패턴은 아예 처음부터 제작하였습니다.
전체적인 실루엣, 엉덩이의 실루엣, 밑위 길이, 턱의 깊이, 턱의 넓이,
팬츠가 떨어지는 느낌, 허벅지 너비, 밑단 너비 등
모든 부분을 제가 원하는대로 조정하고,
링자켓 회장님께서 쪼그려앉아 손수 바지의 피팅을 봐주시며, 턱의 떨어지는 위치나 앞라인선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성복이기 때문에, 제 사이즈에 맞춘 바지는 아닙니다.
표준사이즈를 베이스로 만든 바지입니다.
제 사이즈에 맞추려고 했다면 조금 더 슬림하게 했을겁니다.
출장을 가면, 아침9시에 링의 본사에 들려 저녁7시까지 이 바지랑 씨름하다가 회식을 하고 뻗어잡니다.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
인스타에서 한동안 제 출장 사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상당히 수척해져있는걸 보셨을겁니다.
이 바지와의 고된 싸움이었습니다…
그렇게 올여름에 완성된 첫 샘플.
(마지막 사진은 같은날 입었던 PT01 의 슈퍼슬림핏. 같은색감이지만 바지 하나로 느낌이 전혀 다르지요? )
최대한 과장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전달해드리기 위해, 폰카로 막찍었습니다.
어차피 포토샵같은거 할줄도 모릅니다…ㅠ
저는 샘플을 3번 정도 수정할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한번만 수정하면 될꺼 같았습니다.
첫 샘플을 받아보자마자 우와…우와… 오우… 혼자 샵에서 감탄했습니다.
제가 만들었지만 제 상상을 훨씬 뛰어넘어버린 팬츠가 나와버렸습니다.
일단 편합니다. 무지하게.
슬림하지도 펑퍼짐하지도 않은 여유롭고 우아한 느낌.
직선인듯, 곡선인듯, 멋진 라인을 그리며 다리선을 타고 흐르는 우아하게 떨어지는 턱선.
고급짐의 화룡정점인 풀핸드스티치 역시 빠짐없이 넣었습니다.
버튼클로즈랑 핀치에리나는 많은 분들이 불편해하시니 지퍼클로즈로 제작.
위 샘플의 구르카 벨트폭이 기존 구르카 반바지에 사용된 6cm 짜리를 그냥 사용했는데,
4.5cm로 줄여서 시제품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6cm는 너무 넓어보이는듯해서 호불호가 갈릴듯 싶었고,
자켓과의 상성도 4.5cm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턴업도 대부분 4.5cm를 많이 하시니, 아래위로 비율맞추기도 딱이구요.
아래는 4.5cm 구르카 벨트로 나온 최종 시제품입니다.
저는 44사이즈에서 허리랑 엉덩이를 1인치 줄여야되서 좀 남으니 그점은 참고해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비스포크 팬츠가 아닌, 기성복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다 잘맞는 그런 패턴을 만들기란 불가능합니다.
비스포크 팬츠와 비교하시진 말고, 그냥 기성복의 관점에서 봐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허리랑 엉덩이는 수선해야됩니다ㅎㅎ
이렇게 4.5cm 로 나오면 밑위는 끝까지 끌어올려 입었을때 딱 배꼽 위치에 오는 미드라이즈.
움직이다가 살짝 바지가 내려가면 배꼽 1~2cm정도 아래쪽에 위치하게 되는 많은분들이 선호하시는 높이.
(물론 체형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요)
배꼽을 넘어서는 하이웨이스트나, 로우라이즈는 역시나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므로,
가장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중간 높이의 라이즈로 제작.
이 높이의 라이즈로 제작할 경우, 구르카 벨트가 아랫배만 나온 제 뱃살들을 딱 잡아서 지탱해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올려입었을때 (올려입도록 만든 바지입니다), 엉덩이를 타고 흐르는 뒷선의 모습이
처음에 사진으로 보여드린 암브로시의 비스포크 팬츠나, 여타 비스포크 팬츠들과 비슷한 느낌이 드실겁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기성이기에 비스포크랑은 비교가 불가능합니다만..
그런 느낌을 의도하고 만든 옷입니다.
LMJ와 같이 클래식함과 세련됨의 양면성을 가진 바지.
바지 하나만으로도 멋을 낼 수 있는 옷.
남성의 우아함과 여유로움을 드러낼 수 있는 바지.
그런옷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떤 손님들은 턱이 있는 바지는 노티나지 않나요? 라고 많이 물으시던데,
멋진 턱팬츠를 아직까지 못만나신 겁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멋진 기성 턱팬츠들은 하나같이 비싸거든요.. 상당히..
저도 아직까지 멋진 턱팬츠를 본적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500만원대 수트 브랜드들의 턱팬츠도 맘에 안드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아뇨. 솔직히 말씀드리면 마음에 드는걸 본적이 없었습니다.
로타와 암브로시만 유일하게 제가 생각하는 느낌에 근접하는 바지였습니다.
다만 로타와 암브로시는 밑단통이 넓어 클래식함에 치중된 바지였습니다.
저는 거기서 조금더 젊고 세련된 형태를 원했습니다.
턱의 아저씨같음을 삭제하고, 턱의 아름다움을 끌어낸 바지.
비스포크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팬츠를 원했습니다.
LM 시리즈는 컨템포러리와 클래식의 중간 정도 실루엣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기성복을 비스포크 수준의 느낌으로 승화시키길 원하는
(물론 기성복이기에 풀비스포크와 비교는 불가능합니다만)
라마르쉐만의 스타일.
LM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저희샵의 얼굴마담인 만큼,
대충대충 만들지 않았고, 혼신의 노력을 담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겐 예전의 저처럼 자칫 클래식에 심취하여 노티나 보이지 않을만큼의 멋진 클래식함을,
연세가 있으신 분들에겐 가벼워보이지 않는 세련된 클래식함을 선사하고 싶은 소망을 담은 LM 시리즈.
역시나 LMJ-01 자켓과의 전체적인 발란스 및 상성도 고려하였습니다.
LMJ-01 x LMP-01 = LM Style
턴업 수선 후 LMJ-01 과의 밸런스
제 사이즈에 맞춘 패턴이 아닌지라, 저는 44사이즈에서 허리랑 엉덩이 1인치 줄였네요.
벨트를 매는 바지면 보통 그냥 입는데, 이건 벨트리스 구르카 팬츠니 좀 잡았습니다.
LMJ-01 자켓 중간 단추를 잠궜을때, 구르카 벨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프론트컷이라 단정하게 보이며,
단추를 오픈하면 구르카 벨트와 턱, 그리고 핸드스티치가 은근슬쩍 보여 고급진 모습을 연출합니다.
라이즈를 요즘의 링자켓 팬츠들보다 더 높여놨기 때문에,
다리가 상당히 길어보이는 시각적인 효과까지 있습니다.
제가 매장에서 LMP를 입고있는걸 보신 손님들은 한번씩 다 바지 어디꺼냐고 물어보시더군요 허허허.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손님들이 바로 알아봐주시니 기쁘더군요.
샘플을 받자마자 사사모토씨에게 바로 연락을 했고,
일본행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이런게 나왔는데 출장비가 대수랴…내 월급에서 까 그냥.
벨트폭만 4.5cm로 줄여달라.
나머지는 완벽하다.
Really Perfect.
다음주에 원단 초이스하러 가겠다.
얼른 제작에 들어가자.
그렇게 나온 LMP-01 의 첫 샘플을 사사모토씨께서도 착용하셨고,
인스타에 올리자 외국분들이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를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저희 라마르쉐만의 LMP-01 패턴이기 때문.
Only in the Lamarche
1년이라는 오랜 제작 기간과 노력, 여러 손님들의 피드백과, 많은이들의 도움으로 탄생한 바지.
30만원대에 이런 아름다운 기성 팬츠를 탄생시키게 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드리며…
RingJacket x Lamarche Limited Edition
LMP-01
Luxury Gurkha Pants
17SS 에 단품 구르카 팬츠는 3가지 원단으로 출시됩니다.
제가 입고 있는 아이보리 면린넨.
베이지 면100%.
미드그레이 울100%.
그리고 17SS 마에스터 LMJ 수트 3종류에 구르카 팬츠가 적용됩니다.
수트는 1월에 입고될듯하고,
단품 팬츠는 2월로 연기되었습니다ㅠ
이 팬츠에 맞춰서 브레이시즈 앤 브레뗄레의 서스팬더들도 별주로 오더한겁니다 ㅎㅎ
아무래도 벨트리스 팬츠에는 서스팬더를 하는게 편하실 테니깐요.
브레뗄레는 라마르쉐 별주 13종류, 오늘이나 월요일쯤 입고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추가해서, 수트에 구르카 팬츠를 적용시킨 전설의 사르토리아, 런던하우스의 루카 루비나찌 사진들을 조금 가져왔습니다.
저희 제품보단 훨씬 클래식한 느낌입니다.
저는 이거보단 더 세련된 느낌으로 제작했습니다 ㅎㅎ
그럼 17SS 에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